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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도 쓰고, 손 끝으로도 써라: 안도현의 시작법

베이징댁 2015. 5. 31. 15:40


어쩌면 시는 내게 오래된 유물 같은 거였다.
국민학교 시절 읽고 썼던 동시 이외에
내게 시란 그저 수능을 위해 알아두어야 했던 문학수업의 일부였으니.

 

시인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감히 시를 쓰겠다 결심한 적이 없다.

졸문으로 연명하는 처지에,
어찌어찌 노력하면 언젠가 소설은 한 편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을 가슴 속에 꼭꼭 묻어두고는 지내왔지만,
시라니!

내게 그런 기회와 가능성이 있을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그간의 내 책읽기 성향을 되짚어본다면
어쩌면 시를 읽지 않아서, 시를 쓰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고가 하도 되지 않아서
얇은 시집 한 권을 펼쳐 읽다가
나는 그만 눈물을 펑펑 쏟고야 말았다.

그날 처음 알았다.
시가 이렇게도 아름답다는 것.
짧은 글 안에 감정이 농축되어 있다는 것.

그날 내가 읽은 시집은
안도현 시인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 였다.

그 후로 쭉 안도현 시인의 시는 내게 휴식과 위로였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역시나 '감히' 시를 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논리와 이성으로 점철되었던 내 원고의 성향을
다급하게 바꾸어야만 하는 프로젝트가 하나 생겨서였다.


그쪽에서 역시 논리와 전문성이 가득한 내용을
감성적인 문체로 바꾸고 싶어서 내게 연락을 한 터였다.


나는 원고 쓸 사람을 잘못 찾았소-라고 말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감성적인 문체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를 떠올리고, 이 책을 찾아냈다.

게다가 안도현 시인이 직접 시를 가르쳐준다는데야,
안 읽고 배길 도리가 없었다.

시인은 친절하게도 A부터 Z까지, 시를 쓸 때 알아야 하는 많은 것들을
아름다운 시들을 예로 들어 알려준다.

선배 시인으로써, 후배 시인들에게 참으로 꼼꼼하게 가르쳐준다.
자신이 시인이 되려고 했던 노력들과 감성들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고전시에서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류의 처절하게 기쁜 시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읽다가 괜히 눈물이 자주 난다는 것이 단점.

시인은 이 책을 통해 시를 쓴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왠지 한 번 써보라 등을 두드려주는 것도 같지만
아직은 역시나 '감히'의 영역이다, 시는 내게.

시 쓰기를 꿈꾸는 이가 아니라도,
아름다운 문장 쓰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으면 좋을만한 책.
최근에 글을 쓴다고 끙끙거리는 동생에게도 추천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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