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오만잡다 책읽기 (13)
Daham
자료 수집 차원에서 꺼내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정보가 많았다.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 감수해 발행하기는 했지만, 일본의 에서 쓴 책의 번역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차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덕에 책장은 팔락팔락 잘도 넘어간다. 홍차와 관련해서 보스턴 차 사건이라던지, 홍차가 개발된 이야기라던지 하는 내용들은 원래 알고 있던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트와이닝사의 오래된 캔틴이라던지 하는 걸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내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내용은 도자기에 관한 부분들이었는데, 지은이를 생각하면 당연히 홍차에 집중되어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영국 스태포드셔라던지, 스톡 온 트렌트의 도자기 관련 내용들이 꽤 깊이 있게 들어가있어서 아~ 이것 좋은데! 좋은 자료가 되겠다- 라는 ..
어쩌면 시는 내게 오래된 유물 같은 거였다. 국민학교 시절 읽고 썼던 동시 이외에 내게 시란 그저 수능을 위해 알아두어야 했던 문학수업의 일부였으니. 시인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감히 시를 쓰겠다 결심한 적이 없다. 졸문으로 연명하는 처지에, 어찌어찌 노력하면 언젠가 소설은 한 편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을 가슴 속에 꼭꼭 묻어두고는 지내왔지만, 시라니! 내게 그런 기회와 가능성이 있을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그간의 내 책읽기 성향을 되짚어본다면 어쩌면 시를 읽지 않아서, 시를 쓰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고가 하도 되지 않아서 얇은 시집 한 권을 펼쳐 읽다가 나는 그만 눈물을 펑펑 쏟고야 말았다. 그날 처음 알았다. 시가 이렇게도 아름답다는 것. 짧은 글..
재미있겠다 싶어서 직관적으로 선택한 책. 전공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사회현상에는 그 이면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게 된다. 왠지 음식의 호불호에 관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선택했지만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아, 오해는 마시길!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언어학'을 기반으로 '음식' 혹은 '식문화'를 조명한 책이다. 결론은 정도이지만,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 침을 꼴딱꼴딱 넘기게 하는 음식 이야기들, 덤으로 저자의 삶터인 샌프란시스코의 맛집을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묘사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알간 토마토 케첩이 실은 아시아의 피시소스(우리말로 하자면 액젓? ^-^;;;)에서 유래..
처음에 신입 에디터였을 때, 멋 모르고 내가 했던 기획은 말하자면 잡지 콘텐츠 기획이었다. 그리고 여러 분야의 기획자들을 만나면서, 또 잡지를 벗어나 다른 분야에 기획자로 참여하면서 스멀스멀- 기획이란 뭘까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이건 마치,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만큼이나 각양 각색의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이고 그러다보니 결국 누구도 명쾌하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추천해 준 한 권의 책. 일단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들, 현재 치열하게 일하는 그들의 현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제작비를 아끼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2도처럼 느껴지는 담백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과하지 않고 무던한 느낌이랄까. 책은 인터뷰를 통해 공연기획자, 광고기획자..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으나, 읽고 나서는 내가 뭘 읽었는지 모호하기만 했던 을 지나 그의 글이 비로소 마음에 들어오게 된 건 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나서였다. 히드로 공항의 상주작가가 된 그가 공항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공항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공항의 일부인 이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적은 글 중, 유사 이래로 출판과 항공은 제대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었다는 내용이 있어 한 번 빵 터지고 격하게 공감하며, '그는 어쩜 이렇게 속시원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감탄한 이후로 그의 신간은 늘 나의 관심 안에 있었다. 나름 그의 신작인 는 그런 이유로 읽게 되었다. 뉴스의 시대는 날씨, 정치, 경제, 인터뷰 등 뉴스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관해 보통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논평한 ..
죽음은 쉽지 않은 소재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누구나 가능한 한 뒤로 미루고 싶은 것. (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만, 나는 얇고 길--게 이승에서 구르고 싶은 사람이라.)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가 죽음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그 이후의 세계를 알 수 없기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죽음 이전의 세계에서 익숙해져있던 모든 것을 뒤로 해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일까? 덕분에 죽음은 그 의미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재로 고대 문학에서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주가 이루어졌다. 단테의 이나 이집트와 티베트에서 모두 쓰여진 등은 모두 이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만하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 - 와 - 는 둘 다 출간된 지 오랜 책이지만, ..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실제로 손에 잡히는 오브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나의 로망이자 동경이었다. 글은 결국 한 권의 책이나 잡지로, 때로는 리플릿이나 브로슈어로 나오게 마련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이건, 기획하고 글쓰는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마음일지도. 그리하여 얼마 전부터 지인들과 무언가 만들어 파는 가게를 열어볼까 궁리와 모의를 하던 참이다. 만나기로 한 일주일 전, 나는 이 두 권의 책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함께 읽고 고민하면 좋을 것 같아서. 두 권 모두 아트북스에서 나온 책인데, 출간 시기는 1년 정도 차이가 난다. 는 런던에 사는 멋진 선배가 쓴 책인데 런던의 유니크한 가게와 그 주인들, 설립자들을 인터뷰했다. 도예가인 친구는 이 책..
요즈음에는 내 삶에 철학이 필요함을 많이 느낀다. 인문학이 뭐 별건가- 고전이 인문학이지 싶어서 요즘엔 고전소설들을 하나씩 읽는 중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디킨즈 소설을 좀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크리스마스의 유령'이후로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읽은 적이 있었던가. 오며가며 보는 뮤지컬 광고 때문인지, '두 도시 이야기'에 마음이 갔다. 펭귄 클래식으로 주문. 왠지 페이퍼백의 전통을 가진 펭귄북스니까, 가벼울 것 같아서다. 가벼운 종이를 써서 두툼해 진 것인지 책은 엄청 두툼했지만 소설답게 책장은 팔락팔락 잘도 넘어간다. 매력적인 것은 이야기의 전개다. 어떻게 해야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지를 잘 아는 작가들은 줄거리만 줄여놓고 보면 뻔한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배치하여 독..
파워블로거는 출판계에서도 일군의 저자들로 인정받있다. 요리쪽 파워블로거인 사촌 언니의 첫 책을 교정볼 때만해도 파워블로거가 오프라인의 저자군으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무튼 언니는 첫 책을 내면서 몹시 감격해했지만, 안타깝게도 출판으로 많은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오해는 마시길. 사촌 언니의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출판사와의 계약에서 인세 계약 대신 저작권 판매 계약을 해서이니까. 이것은 처음 책을 내는 파워블로거들이 흔히 하는 실수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요리 등 실용서에 국한되는 일반적인 계약일 수도 있는데 요리책 같은 실용서의 경우에는 출판사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아예 저작권을 사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컨텐츠가 충분히 숙성된 파워 블로거들이 책을 내면 반..
소위 '먹방'이 대세인 시대다. TV에선 셀러브리티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음식을 한 입 떠넣은 다음, 눈을 크게 뜬 다음에 '음~!!!' 하는 감탄사를 내뱉고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맛을 칭찬하는 장면을 24시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한 책들을 몇 권 고르게 되었다. 그 중의 한 권으로, 18세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각자의 연구분야 중 '맛'을 테마로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일단 각 편의 글이 길지 않아, 짧은 글 읽기에 특화된 디지털 세대들에게도 부담없을 뿐더러 '맛' 혹은 음식이라는 대세를 반영하는 주제이다보니 쉽고 흥미롭게 읽힌다. 또 여러 학자들이 쓴 글이다보니,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한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3국의 18세기 음식문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