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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잡다 책읽기

흥미진진 에피소드로 읽는 유럽사: 스캔들 세계사

베이징댁 2014. 6. 23. 14:35

파워블로거는 출판계에서도 일군의 저자들로 인정받있다.
요리쪽 파워블로거인 사촌 언니의 첫 책을 교정볼 때만해도
파워블로거가 오프라인의 저자군으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무튼 언니는 첫 책을 내면서 몹시 감격해했지만,
안타깝게도 출판으로 많은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오해는 마시길. 사촌 언니의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출판사와의 계약에서 인세 계약 대신 저작권 판매 계약을 해서이니까.

이것은 처음 책을 내는 파워블로거들이 흔히 하는 실수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요리 등 실용서에 국한되는 일반적인 계약일 수도 있는데
요리책 같은 실용서의 경우에는 출판사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아예 저작권을 사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컨텐츠가 충분히 숙성된 파워 블로거들이 책을 내면 반가운 일인데,
파워블로거 붐을 타고 함량미달의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더러 있어
왠지, 특히 실용서의 경우에는, 파워블로거의 책은 피하게 된다.

뭐, 서론이 길었는데 이 책, 풍경이 있는 역사 시리즈의 <스캔들 세계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 는 점을 이야기 하려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와버렸다.
사실 함께 사는 동생이 빌려준 이 책은 펼쳐 읽을 때까지만 해도 저자가 파워블로거라는 걸
몰랐었다. (뒷 표지에 커다랗게 써있었는데도 불구하고. ㅋㅋㅋㅋ)

 

이 책의 미덕은 네 가지다.
1. 공예나 인테리어 같은 생활 실용분야 외의 파워블로거도
    밀도 있는 책의 저자가 될 수있다는 점.
   
이렇게 말하면 많은 파워블로거분들이 내게 돌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슬슬 리빙분야의 파워블로거 도서들에 지쳐가던 참이었다.
비슷비슷한 목차와 HOW TO 식의 페이지 구성, 옐로우 페이지를 맨 끝에
싣는 것까지 이제는 하나도 파워풀하지 않게 느껴지는 파워블로거들의 실용서 말고
전혀 새로운 파워블로거 출간의 영역을 발견한 기쁨이랄까.
그게 아무래도 텍스트 지향의 인간인 나로서는 사진으로 넘치는 책들보다는
흐름이 있게 읽히는 글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인지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2. 특정 시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길게 늘여쓰는 대신
    에피소드별로 작성된 이야기가 아주 흥미진진하다는 점.

 

내가 어렸을 때 탐독했던 책 중에 <세계상식백과>라는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나왔던 다종다기한 이야기들을 아주 두툼한 양장으로
묶은 것이었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흔히 상식이라고 믿어왔지만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을
파헤치거나,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엄청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있다. 너덜너덜해지긴 했지만.)
그리고 나는 <놀라운 TV 서프라이즈>도 즐겨보는 편인데,
외계인이 등장하는 음모론도 물론 재미있긴 하지만
역사 속의 인물들에 관한 새로운 면면이 밝혀지는 이야기들을 더 좋아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책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큰 맥락에서 비슷하지 않나 싶다.
'15세기부터 시작된 중세는 어쩌구저쩌구-' 하는 식으로 사건들을 나열하는 대신,
아주 흥미로운 주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끊어 이야기해주니 흥미롭다.
예를 들면,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다>라는 제목으로 카사노바라는 인물에 관해 조명하거나
<태양왕의 은밀한 고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루이 14세의 건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세유럽에 여자로 태어났다면?>이라는 글에서는 계층별 중세 여성의 삶에 관한
살 떨리는 이야기를 아주 위트있고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


3. 유럽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위트있는 글 덕분에 
   가뿐한 책읽기가 가능하다는 점.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컨텍스트 그러니까 배경지식이라던지
사고가 풍요롭다는 뜻. 지나치게 무게잡지 않고 옆집 아줌마와 수다떨 듯 이야기해주는 유럽사라
편하게 읽힌다. 저자의 지식의 폭이 아주 넓은 것도 알 수 있고.
특히 맨 뒤에는 참고도서들이 실려있어서 책에서 다룬 이야기들에 관한 관심을
이어가고 싶다면 좋은 가이드가 된다.

4. 이해를 돕기 위해 실은 도판이 아주 아름답다는 점.

사실 도판, 특히나 옛날 그림이나 판화 같은 도판은 그 비용을 출판사에서 내는데,
이 도판비용이 책 값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판이 많이 들어가는 <서양미술사>나 미술관련 도서들의 가격이
그렇게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 책의 도판들은 이전에 유럽사를 다루었던 책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많고 또 아름답기까지 해서
이 정도면 충분히 책 값을 지불하고 소장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시무시한 천일의 앤 <앤 불린>의 초상화.
그 당시에도 B 이니셜을 사용한 액세서리를 했었다니,

그녀는 초절정 패션리더, 우훗훗!

처녀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

 

백설공주로 추정되는 엄청 긴 이름의 독일 공주님 초상화.

 

마리 앙뜨와네트 초상화.

흥미로운 것은 위의 두 초상화와 아래의 초상화 기법이 조금 다르다는 것.
영국여왕의 초상화가와 프랑스, 독일의 초상화가가 달라서인지
아니면 여왕의 초상화는 원래 그렇게 그렸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인물을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씩 더 자연스러워져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판들은 질문을 불러 일으키는 제 2의 콘텐츠로도 아주 훌륭.

리뷰를 쓰려다보니 4월 즈음 2편이 출간되었다.
안 그래도 자기 전에 흥미진진 읽던 책이 끝나서 아쉬워하던 참이었는데,
얼른 2권도 주문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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