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ham

목련처럼 살아야겠다 본문

제멋대로 살림살이

목련처럼 살아야겠다

베이징댁 2015. 3. 18. 12:45

우리 집 마당에서 해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은 목련이었다.

어느 해엔가, 웃자란 목련의 둥치를 뎅강! 잘랐던 적이 있었다.
목련의 수북한 가지와 잎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던
살구나무와 라일락에게 볕을 쬘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였다.

살구나무와 라일락의 따듯한 시간도 잠시였다.
목련은 잘려나간 나무 둥치들 위로 맹렬하게 가지를 뻗어냈고
다시금 무성해졌다.

그 때는 목련이 왜 그리도 억척스럽고 뒤퉁스럽게 느껴졌는지,
마당을 드나드는 길에 괜히 샐쭉하게 눈을 흘기는 기분으로 목련을 쳐다보곤 했다.

 

올해는 목련 뿐아니라 모든 나무들이 뎅강뎅강! 잘려나갔다.
솜씨 좋은 정원사를 부를 처지는 못 되어서,
잡부를 둘 불러 둥치 즈음까지 시원하게 잘라내었다.

올해도 유난스럽게 일찍 꽃봉오리를 틔우고 봄을 준비하던 목련 역시도
큰 줄기가 뎅겅- 잘려나갔다.
별 생각없이 가지들을 잘라 화병에 꽂아두었다.
올해는 집 안에 목련나무를 들이게 되었네- 하면서.

 

화병이 작아 많이 꽂지 못했지만 이것도 꽤 운치가 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뿌리로부터, 두터운 몸통으로부터 잘려나온 가지 끝의 꽃망울은
제 처지가 어떤지도 모른 채 여전히 맹렬하게 제 할 일에 몰두한다.


꽉 다물린 꽃봉우리일 때 꺾어 꽂아두었는데,
솜털이 보송보송한 봉우리가 점점 열리고 돌돌 말린 꽃잎이 쏘옥 고개를 내민다.
어쩌면 따듯하니까 더 다급하게 꽃을 피우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목련을 보며, 올해는 목련이 좀 달리보였다.
늘 유난스럽고 억척스럽다며 구박했던 목련이
올해는 참 대견하고 성실해보인달까.
내가 대한민국 아줌마가 되어서인걸까.

늘 먼저 꽃피우고,
또 가장 먼저 꽃잎을 떨어뜨려 마당에 수북이 쌓인 꽃잎이 이지러지는 게 보기 싫었었는데,
올해는 왠지 어깨는 툭툭 두드려주고 싶은 기분이다.

이토록 맹렬하게 성실한 목련을 보고 있자니,
전에는 한 번도 들지 않았던 다짐이 피어난다.

앞으로는 나도 목련처럼 살아야겠다.
다시금 치열하게. 그리고 맹렬하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