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ham
황금연휴엔 페인트칠: 의자리폼(1) 본문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듯한, 좋은 날씨의 황금연휴.
복잡한 홍대에서 미팅이 끝날 무렵 카페에 앉아서 작업이나 하려고 했는데
뒤에 기다리는 손님들 눈치도 보이고, 카페 알바들도 '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서
아! 이런 날엔 역시 육체노동이지! 하고 귀가.
엄마가 며칠 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벼르던 의자 리폼 1단계에 돌입했다.
리폼 주인공들은 이 의자들 되시겠다.
연식은 무려 20년!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왔을 때, 엄마빠가 큰 맘 먹고 구입하신 건데,
'레자'로 천갈이를 한 번 해 준 거다. 엄마의 셀프 천갈이. ㅋㅋㅋㅋ
다섯 개 중에 두 개는 등받이 한 쪽이 부러져서 공업사 사장님한테 아예 잘라달라고 했다.
다리 얹는 스툴로 사용 중.
그런데 우리 딸내미가 조금씩 조금씩 뜯어서 저렇게 못생긴 구멍도 내어놓고 T-T
잘 안 보이지만 다리에는 사인펜으로 낙서도 막 해놨다.
엄마한테 사죄(?)하는 분위기로다가 페인팅 시작.
다리와 등받이는 회색으로 결정.
원래 옥색 하이글로시(?) 비스무레한 소재여서 페인트는 유성으로다가.
페인트 색은 만들어진 색을 사도 되고, 회색이나 파스텔 컬러 같은 것은
흰 페인트에 조색제를 섞어서도 만들 수 있다.
원래 계획은 흰색 반광 페인트에 검은색 조색제를 섞어서 회색을 만드는 거였는데,
신나(시너)와 붓, 조색제와 페인트 1리터를 사기엔 돈이 조금 모자라서
궁둥이 무거운 게으름뱅이인 나로서는 걍 조색이 되어 있는 회색페인트를 살 수밖에.
딱히 의도하는 색이 있는 게 아니라면, 조색이 되어 깡통에 들어있는 페인트를 사는 것이 싸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두는 것도 좋겠지만 (페인트값+조색제 >조색페인트값 이니깐.)
그래도 나는 발라놓고 너무 유광이라 약간 후회했다. 뭐 그래도 괜찮아요.
경상도 스타일로, 신나를 '이빠이-' 섞어서 신나게 휘휘 저어줍니다.
하지만 새가슴인 나는 신나를 너무 소심하게 넣어서 의자에 페인트떡이 졌다는.
오. 마이. 갓. 너무 두꺼운데다 마르면서 흘러내려서, 안 감은 머리도 아닌데 막 떡지고-
바른 다리랑 안 바른 다리 비교샷.
사실 나는 이 옥색을 엄청 싫어하는데, 아빠가 한동안 이 색에 꽂히셔서
의자도 막 맘대로 이런 색으로 사고 온 집안 페인트칠을 자기 맘대로 이런 색으로. T-T
그래서 나날이 더 싫어졌다. ㅋㅋㅋㅋ
그래서 떡진 건 어떻게 되었느냐하면, 아직 안 말라서 냅뒀어요.
마르길 기다렸다가 내일 곱디고운 사포 600방으로 한 번 갈아서
신나 이빠이! 신나게 넣고 페인트를 물처럼 찰랑거리게 만들어서
내일 덧칠 한 번 더 해줄거예요.
오늘의 페인트칠 교훈.
1. 유성페인트는 걸쭉하면 떡진다. 얇게 바르고 싶다면 신나를 넣어 찰랑거리게 만들자.
2. 페인트는 자린고비처럼 쬐끔씩 찍어발라야 한다.
붓을 푹 담가서 페인트를 찍어 칠을 하면,
페인트가 줄줄 흘러내리면서 떡으로 변신! 혹은 못생긴 자국이 됩니다.
이전까지는 맨날 수성페인트를 칠해가지고
(생각해보면 이것도 엄청 걸쭉하게 만들어서 작업했던 것 같다.) 잘 몰랐던 유성페인트칠.
역시 해봐야 뭔가 알게 되는 게 생긴다.
올 황금연휴는 사람들 복작거리는 곳에 절대 가지 말고,
집에서 곱게곱게 의자 리폼이나 하는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