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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의 실제:: 잡지 기사를 작성할 때의 마음이란 본문

어쨌거나 글쓰기/기획

기사 작성의 실제:: 잡지 기사를 작성할 때의 마음이란

베이징댁 2014. 9. 23. 18:31

 

일상적이면서 이상적인 작업환경.

 

북경에서 아이를 키우며 90%는 애엄마이자 주부로, 10%만 글쓰는 사람으로 살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글쓰기 작업을 하려니, 다시 에디터 초년생으로 돌아간 듯 막막할 때가 있다.

선배를 잘 둔 덕에, 일거리를 부탁하자 마자 원고를 하나 맡겨주셨는데
이게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매거진이라서 월간지와 다르게 엄청 빡빡하다.
마감 끝나고 나면 또 마감, '우와, 원고 다 썼다!' 하고 나면
금세 또 원고를 써야하는 일상이랄까.

글쓰기를 손에서 놓은 적은 없었는데도,
매일 출근하듯 원고를 쓰지 않아서인지 원고 하나 쓰기가 예전처럼 녹록치도 않고.

자주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어떻게 글을 쓰나요?'라는
다소 추상적인 내용이라 이번에 원고를 쓸 때의 나를 곰곰이 관찰해봤다.

 

순차적으로 정리한 기사작성의 실제-랄까. 빰빰.

 

외부기고가로서 잡지에 실리는 원고를 쓸 때, 최초로 하는 일은
담당기자와 원고 내용에 대해 협의
하는 것이다.
어떤 의도로 이런 기사를 싣기로 하는지, 또 어떤 느낌의 글을 원하는지,
잡지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기를 바라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거나 정리된 문서(세부기획안, 브리프) 등으로
공유하고 방향을 잡는다.

그 다음은 취재가 필요하면 전화를 돌려 취재요청을 한다.
잡지에 실리는 원고는 대개 칼럼 아니면 취재기사이고,
나는 칼럼 쪽으로는 글쓰기를 개발해오지는 않아서
내가 쓰는 것은 대개 취재기사.
고로 취재요청을 재빨리 해야한다.
취재를 부탁한 이후로부터 정보를 받는 데에도 적당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취재하는 기간을 줄여야
원고 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경우나 인터뷰는 시간 약속을 잡고,
관련된 질문지를 미리 정리해 메일로 보내놓거나
구두로 간단한 내용을 알려준다.

결과적으로 취재도 자료수집의 한 과정인 셈이다.
필요하면 도서관에 가거나 인터넷 서칭도 해서 자료를 더 찾는다.

그리고는 드디어 원고쓰기에 돌입.
하얀 화면을 앞에 두면, 머리속이 호두알 속처럼 복잡해진다.
그리고 내가 수집한 내용이 원고량을 채울 만큼 충분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어떤 내용으로 시작할까 등등 오만 생각이 오간다.

나는 반쯤 아날로그인 인간인터라, 이럴 땐 노트를 꺼내 끼적끼적 낙서를 한다.


가장 먼저 써보는 건,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이다.
일기를 제외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출판되는 글은 모두 독자를 염두에 둔다.
내 글을 읽게 될 독자가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이 글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하려고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를
정리하는 게 글의 방향 잡는데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는 지리한 고민이 계속된다.
한 편의 목적지향적 글쓰기는 산에서 굴러 내려오는 눈덩이 같아서
원고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갈수록 글쓰기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단지 손으로 뭉쳐 만들어낼 수 있는 눈덩이와는 다르게,
멋진 문장, 일반적이지 않은 비유, 참신한 예시 등을 고민하다보면
첫 부분을 쓰기가 너무 어렵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흑흑 T-T

전체적으로 원고쓰는 시간이 100이라 하면,
첫 1/3을 쓰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50,
중간 1/3을 쓰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20,
마지막 부분을 쓰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30 정도 되는 것 같다.
누구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충 이정도 비율.

진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뼈대라 할 수 있는 개요를 잡아보면 균형잡힌 글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들을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를 정해보는 것.
버릴 내용은 버리고, 넣을 내용만 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처음 원고를 쓰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 들은 정보를 모두 원고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글의 흐름에 따라서 뺄 것은 과감하게 빼고,
'아, 내가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써낼 수 있었지?'하는 자뻑에 도취되었던
문장도 때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Del키를 눌러 지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원고가 완성되고 나면,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친다. ㅋㅋㅋㅋ
최근에 나는 원고를 보내기 전에 문장 맞춤법 검사도 한 번 해서 보낸다.

잡지사에는 물론 전문적으로 교정교열을 보는 분이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완성도 있는 원고의 기초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리지 않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돈 받고 글 쓰는 사람인데,
맞춤법, 띄어쓰기 틀리면 쪽팔리니깐.

내가 쓰는 교정교열 툴은 부산대와 나라인포테크에서 개발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인데,
꽤 정확도가 높은 편이라 본격적인 글쓰기 뿐 아니라
자기소개서를 체크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이용한다.


http://speller.cs.pusan.ac.kr    <--- 한글 맞춤법 문법 검사기 바로 가기

 

 

어떻게 생각하면 글쓰기는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과 같아서,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의 끄트머리를 찾아내듯 첫 머리를 작성하고,
실을 따라가다가 이리저리 묶인 매듭을 살살 풀어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풀어낸 실을 다시 공 모양이든 리본모양이든 다시 잘 감아서
또 풀리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 하는 것으로 끝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게 운명의 붉은 실이란,
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글쓰기라는, 쉬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일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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