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어쨌거나 글쓰기/기획 (13)
Daham
사실, 나는 글쓰기보다는 기획을 더 좋아한다. 왜 그런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기획은 뼈대를 잡는 작업이라 머릿속 혹은 제안서 상에서 조금 멋지게 느껴지는 반면, 글쓰기는 일단 작업 자체가 치열하거나 혹은 첨예하게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한 마디로 글쓰기가 더 피곤하다. T-T) 내가 주로 하는 글쓰기를 생각해 본다면, 글쓰기에 언제나 인터뷰나 자료조사가 엄청 수반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기획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혹은 결과물이 언제나 기획했던 것보다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서론이 좀 길었는데, '기획안'이라는 게 항상 좀 막연한 느낌이 있어서 실제로 뭔가 샘플이라 할만한 걸 보면 엄청 도움이 된다. 나도 그랬었..
프린터 잉크를 사러 교보문고에 갔다가, 뜬금없이 충동구매로 만년필을 구입하고 돌아온 나. 세 번째 책이 나온 걸 자축하는 의미로다가, 없는 살림에도 양심의 가책 없이 사버렸다.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신랑은 책 낸 기념으로 하나 사달래도 생전 사주질 않고, 아빠는 누구한테 책 한권 줘라, 누구한테도 줘라 하면서 만년필은 안 사줘서 셀프 구매. ㅋㅋㅋ 글쓰기에 관한 건 아니지만, 뭐 만년필도 글쓰기의 일환이기는 하니까요. 책 앞에 글써서 선물하려면 필요하거든요. 암요. 라미LAMY는 독일의 필기구 브랜드인데, 에 소개된 걸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진열된 걸 보니 안 보이던 꽃.분.홍이 눈에 띄었다. 난 원래 분홍, 핑크를 혐오하는 사람인데, 충동구매라서 그랬는지 망설임 없이 꽃.분...
좋은 선배들과의 인연 덕에 처음으로 책(단행본)을 냈을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드디어 작가가 되었구나- 라던가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감개무량함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이전에 잡지 에디터로 매달매달 인쇄되어 나온 책을 받아본 경험 때문인지, 소설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막내로 원고 마감에만 급급해서 책이 나올 즈음에는 책이 나오는지 마는지 마감을 해냈다는 것에만 만족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이후로 두 권의 책을 더 냈고, 앞으로 한 권 더 나올 책도 있는 요즈음엔 '책을 낸다'라는 것의 여러가지 맥락을 생각해보게 된다. 의미있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과 책 팔고 글 팔아서 생활비를 만들어내는 현실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는 불안함, 책 만들기의 중독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