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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am
수퍼에서 파는 작은 것 한 팩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콩알 주워먹듯 홀랑홀랑 다 먹어치우는 딸내미 덕분에 자주 사다먹는 블루베리. 그런데 웬일로 냉장고에서 뒤쪽으로 뒤쪽으로 밀려나다 급기야 말라서 쪼그라든 블루베리를 발견했다. 씻어서 완두색 그릇에 담으니 꽤 예쁘다. 아! 맘에 들어. 괜히 흡족한 기분이랄까. 이 그릇은 사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인데, 딸내미가 친구네 공방에 가서 만드(는 척을 하고 실제로는 친구가 만들어 준) 그릇이다. 유약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블루베리를 담으니 꽤 어울리는 색. 쪼글쪼글한 블루베리를 먹는게 괜히 그래서, 시중에서 파는 머핀 믹스를 사다가 블루베리머핀을 만들었다. 요리와 베이킹 잘 하는 사람들이야 잘 아는 사실이겠지만, 블루베리 같은 과일을 머핀에 넣으려면 ..
기획에서 원고작성까지, 제가 익숙한 작업들은 인쇄를 바탕으로 한 분야들입니다. 잡지를 통해서 경력을 시작해 단행본이나 잡지 등의 출판물, 브로슈어나 리플릿 같은 것을 만들어왔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 아이디어를 내고 내용을 정리할 때에도 종이를 많이 씁니다. 그러다 올해 초 영상회사와 함께 일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했고, 얼레벌레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아. 시행착오는 지금도 계속 겪는 중입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 때에는 근 몇 년만에 다시 철야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몸살. 골골-대며 일주일을 보냈죠. T_T) 크게는 두 번정도 고쳐쓰고, 자잘하게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수정을 계속 했어요. 쓰면서 느낀 점은, 클라이언트가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브로슈어 기획안이나 영상 기획..
우리 집 마당에서 해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은 목련이었다. 어느 해엔가, 웃자란 목련의 둥치를 뎅강! 잘랐던 적이 있었다. 목련의 수북한 가지와 잎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던 살구나무와 라일락에게 볕을 쬘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였다. 살구나무와 라일락의 따듯한 시간도 잠시였다. 목련은 잘려나간 나무 둥치들 위로 맹렬하게 가지를 뻗어냈고 다시금 무성해졌다. 그 때는 목련이 왜 그리도 억척스럽고 뒤퉁스럽게 느껴졌는지, 마당을 드나드는 길에 괜히 샐쭉하게 눈을 흘기는 기분으로 목련을 쳐다보곤 했다. 올해는 목련 뿐아니라 모든 나무들이 뎅강뎅강! 잘려나갔다. 솜씨 좋은 정원사를 부를 처지는 못 되어서, 잡부를 둘 불러 둥치 즈음까지 시원하게 잘라내었다. 올해도 유난스럽게 일찍 꽃봉오리를 틔우고 봄을 준비하..
기획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 나름 오랫동안 기획안을 써왔는데, 오히려 요즈음엔 '기획'이라는 것이 뭘까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어렵다. 신입 에디터 시절에 나를 이끌어주었던 선배와도 기획이라는 것에 관해 간혹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야기를 반복해봐도 명확한 경계를 찾아내거나 손에 잡히는 결론을 얻기가 어렵다. 특히나 우리가 주로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기획자로 사는 것의 어려움이다. 어떻게 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까. 모든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기획이 있다. '기획'이라는 것을 한 프로젝트에 관한 '아이디어'라고만 생각하면 이 아이디어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특히나 클라이언트가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기획은 프로젝트의 뼈대를 잡는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해, 나의 사회생활은 그 즈음에 시작되었다.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된 이 즈음, 우리 가족의 설날 연휴는 '휴식'의 다른 말이자 대청소 데이라는 이름을 붙일 법한 날들이다. 2층에 기거하는 동생님하가 2층 거실에 있는 책장을 정리하라며 웬일로 나를 들볶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주저 앉은 나는 자료가 필요해도 어지간해서는 들여다보는 일 없는, 잡지와 책과, 스크랩 자료, 레퍼런스 자료로 모아놓은 온갖 인쇄물을 뒤적거리는 것으로 설날 지난 오후를 소일했다. 이렇게 멋지게 낡은 서류들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나름 옛 기억을 떠올리며 푸훗- 하게 해주었던 예엣날 기획안들. 그러다가 한 뭉치의 종이 속에서 초년 에디터일 때 작성했던 기획안을 찾아냈다. 병아리 에디터 때 쓴 것이니 잘 썼다고는 할 수..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으나, 읽고 나서는 내가 뭘 읽었는지 모호하기만 했던 을 지나 그의 글이 비로소 마음에 들어오게 된 건 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나서였다. 히드로 공항의 상주작가가 된 그가 공항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공항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공항의 일부인 이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적은 글 중, 유사 이래로 출판과 항공은 제대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었다는 내용이 있어 한 번 빵 터지고 격하게 공감하며, '그는 어쩜 이렇게 속시원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감탄한 이후로 그의 신간은 늘 나의 관심 안에 있었다. 나름 그의 신작인 는 그런 이유로 읽게 되었다. 뉴스의 시대는 날씨, 정치, 경제, 인터뷰 등 뉴스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관해 보통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논평한 ..
오늘은 자랑질 포스팅입니다. 씨익- ^-^ 그동안 아빠도 남편도 안 사줬던 만년필을, 드디어 선배한테 선물 받았거든요!!! 선배가 다음주 쯤 나올 새 책 출간을 축하하는 의미로다가, 연말연시이기도 하고 해서 선물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선배!! 일도 주시고, 만년필도 주시고! 이히힛- 좋은 만년필을 받았는데, 사진이 멋지지 않아서 조금 죄송. 짜잔- 실물은 이렇습니다. 찾아봤더니 이라는 제품라인이라네요. 파버 카스텔 홈페이지에 가면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요렇게- 제가 받은 것은 어두운 배나무인 것 같아요. 따듯한 커피 또는 코코아 색이라서 아주 마음에 들어요. 파버 카스텔의 설명처럼, 이 만년필은 손에 쥐는 느낌이 아주 편안해요. 적당히 묵직한 느낌 덕분에 안정감이 들어요. 카트리지에 넣는 잉크와 ..
죽음은 쉽지 않은 소재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누구나 가능한 한 뒤로 미루고 싶은 것. (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만, 나는 얇고 길--게 이승에서 구르고 싶은 사람이라.)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가 죽음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그 이후의 세계를 알 수 없기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죽음 이전의 세계에서 익숙해져있던 모든 것을 뒤로 해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일까? 덕분에 죽음은 그 의미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재로 고대 문학에서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주가 이루어졌다. 단테의 이나 이집트와 티베트에서 모두 쓰여진 등은 모두 이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만하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 - 와 - 는 둘 다 출간된 지 오랜 책이지만, ..
해마다 연말이면 스타벅스에서 다이어리 이벤트(?)를 하죠. 항상 시도는 했지만서도, 그닥 악착같이 모으지 않았어서 한 번인가 빼고는 받지 못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때 한 번 받았던 다이어리가 그닥 만족스럽지 않아서였던 것 같네요. 물론 홍보용으로 만드는 거지만, 스타벅스 관련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였달까. ^-^;;;;;; 그런데 지난 연말, 스타벅스에 갔다가 다이어리 프로모션 샘플을 보고 올해는 악착같이 모아서 받아야겠다!! 하고 의지를 화르르 불태우게 되었으니 이유인즉슨 바로 요요- 몰스킨과의 콜라보레이션 다이어리라는 것 때문이었죠. 아- 스타벅스. 이 판매왕들 같으니라고. 스타벅스 곱하기 몰스킨이라고 뙇! 써있습니다. 그리하여, 평소같으면 이 다방, 저 다방 가리지 않고 커피를 마셨을 것이나 지난..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온다 만다, 참 말이 많았었는데 결국 12월 18일에 문을 열었죠. 북적거리는 인파에 그 추운 날에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며 오들오들 떨었다는 뉴스를 듣고는 '음- 그럼 나중에 가야지' 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사람 많은 곳에 가기가 싫어요. 기다리는 것도 싫어요. 헤헤- ) 어제 엄마가 "이케아에 가야겠다!"고 하셔서 같이 다녀왔어요. 사실, 북경에서 지내는 동안 그리도 사랑했던 이케아지만 (집 근처라 가깝기도 했었고요.) 그래서인지 한국에 들어왔다는 이야기에도 별 감흥은 없었거든요. 하지만 엄마는 새해맞이 침구 교체를 선언하셨고, 딸내미도 봐주고 밥도 해주시는 엄마(라고 쓰고 얹혀사는 주제에-라고 읽습니다.)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는지라 일단 갔습니다. 뙇! 도착했더니 차가 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