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다함, 모두다함> (50)
Daham
북경에서 대책없이 한국으로 돌아와 친정 엄마에게 민폐를 끼치며 살고 있는 터이기는 하나, 현재 사는 곳을 편안하게 만들고 그 곳에서의 일상을 어떤 표정으로 만드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늘 내 책상 뒤에서 의자에 앉아 구부정하게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는 딸내미를 보면서 책상을 만들어 주든지 사주든지 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연휴이기도 하고 (연휴엔 역시 페인트칠인가- ㅋㅋㅋ) 마음 먹은 김에 얼른 해치우지 않으면 우리 딸내미 일찍이 거북목 증후군 같은 거 생길까봐 얼른 했다. 지난 번 제천에서 아이들용 의자와 테이블을 찾아내어 들고 올라왔는데, 테이블이 요런 꼴. 그래서 의자만 꺼내놓고 테이블은 어딘가에 꽁꽁 처박아두었더랬었는데 다시 꺼내니 이 상태로는 영 못 쓰겠어서 리폼을 결심! 사진이 없어서 그런데 저기..
제목과 표지가 관심을 끌어, 카트에 넣고서 고민없이 주문했던 책인데 한동안 읽지 않고 꽂아두었더랬다.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을 폭식하듯, 한 번에 잔뜩 주문하는 편이라 언제나 읽어야 하는 책이 줄줄이 널려있다. 그러다 어느 날, 출간 기념으로 담당 편집자와 함께 한 자리에서 그가 사회학을 전공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의 대학시절 이야기들을 꽤나 흥미롭게 들었다. 사회학은 사회의 문제들을 시스템의 문제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학문이며, 모든 것이 다 사회학의 영역 안에 있는것이라고. 또 20세기의 저명한 사상가나 이론가들은 거의 사회학자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반짝 한가했던 밤,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표지의, 이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흥미진진했다. 통찰이 있어, 쾌..
라는 친환경 페인트를 수입하는 에서 그린멘토를 모집한다. 1기들의 활동사진(?)을 보고, '아- 지금 나한테 이런 게 딱 필요한데!' 생각했었는데, 마침 2기를 모집한다기에 지원해보기로 했다. 제천에 있는 주택 공사가 목전에 있어서, 목마른 상황에서 우물파는 심정으로다가 지원. 제천의 그 집만 생각하면 땅이 꺼질 정도로 한숨이 푸욱- 나온다. 설상 가상으로다가 며칠 전, 이런저런 공사견적을 받으러 갔더니 페인트가게 아저씨고, 도배장판하는 사장님이고 다 기함할 만한 비용을 부른다. 싫으면 말라는 식으로- 완전 배짱이다. 근처 사시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상하게도 제천은 인테리어 관련한 인건비가 다른 도시보다 비싼 편이라고 한다. 내가 어리버리 해보여서 그랬는지 울 엄마아빠 바닥재 총판 하셨어서 내가..
언젠가 지인과 수다를 떨던 중, 한국은 유독 핸드메이드에 관한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공산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손으로 만든 것은 분명 독보적인 가치가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수공으로 만든 것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 제품을 화폐와 바꿀 때에는 그 가치를 최소한으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그래서 '에이, 내가 만들고 말지' 생각하는 이들은 가격을 후려치고 가치를 폄훼하려는 사람들에 비하면 양심적이고 착하다. 책을 쓸 때 인터뷰이가 되어 주었던 슈즈 디자이너 한정민이 낸 는 그래서 반갑고, 얼치기 핸드메이더가 만들어 낼 결과물을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고맙다. 인터뷰를 위해 몇 번 만났을 때에, 그녀 역시 이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끙끙 앓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책..
페인트칠을 해 놓으니 천이 더 지저분해보여 얼른 천을 씌우고 싶었다. 유성페인트라 밖에서 환기를 좀 시켜서 냄새를 뺀 후에 집안에 들여놓았어야 했는데, 연휴가 이제 끝나간다는 긴박한 마음에 그만 냄새가 덜 빠진 의자에 천을 씌우기 작업에 돌입. 머리가 좀 아프고, 냄새가 울렁거리지만 결과로만 보면 만족이다. 참고로, 유성페인트 냄새를 제거해준다는 게 있어서 페인트 가게 사장님께 문의하였으나 사장님이 손사래를 치시며 "그거 한-개도 쓸데가 읎어"하셔서 포기. 천갈이는 안 하고 등받이랑 다리 페인팅만 완료된 모습. 딸내미 잠든 사이에 골든크로스 다시보기 하면서 막 바쁘게 하느라 과정샷 따위는 없다는 사실. 천은 엄마가 동대문에서 끊어오신건데, 넉넉하게 끊어왔다 생각했지만 의자 다섯 개 중 세 개밖에 커버 못..
프린터 잉크를 사러 교보문고에 갔다가, 뜬금없이 충동구매로 만년필을 구입하고 돌아온 나. 세 번째 책이 나온 걸 자축하는 의미로다가, 없는 살림에도 양심의 가책 없이 사버렸다.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신랑은 책 낸 기념으로 하나 사달래도 생전 사주질 않고, 아빠는 누구한테 책 한권 줘라, 누구한테도 줘라 하면서 만년필은 안 사줘서 셀프 구매. ㅋㅋㅋ 글쓰기에 관한 건 아니지만, 뭐 만년필도 글쓰기의 일환이기는 하니까요. 책 앞에 글써서 선물하려면 필요하거든요. 암요. 라미LAMY는 독일의 필기구 브랜드인데, 에 소개된 걸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진열된 걸 보니 안 보이던 꽃.분.홍이 눈에 띄었다. 난 원래 분홍, 핑크를 혐오하는 사람인데, 충동구매라서 그랬는지 망설임 없이 꽃.분...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듯한, 좋은 날씨의 황금연휴. 복잡한 홍대에서 미팅이 끝날 무렵 카페에 앉아서 작업이나 하려고 했는데 뒤에 기다리는 손님들 눈치도 보이고, 카페 알바들도 '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서 아! 이런 날엔 역시 육체노동이지! 하고 귀가. 엄마가 며칠 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벼르던 의자 리폼 1단계에 돌입했다. 리폼 주인공들은 이 의자들 되시겠다. 연식은 무려 20년!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왔을 때, 엄마빠가 큰 맘 먹고 구입하신 건데, '레자'로 천갈이를 한 번 해 준 거다. 엄마의 셀프 천갈이. ㅋㅋㅋㅋ 다섯 개 중에 두 개는 등받이 한 쪽이 부러져서 공업사 사장님한테 아예 잘라달라고 했다. 다리 얹는 스툴로 사용 중. 그런데 우리 딸내미가 조금씩 조금씩 뜯어서 저렇게 ..
좋은 선배들과의 인연 덕에 처음으로 책(단행본)을 냈을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드디어 작가가 되었구나- 라던가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감개무량함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이전에 잡지 에디터로 매달매달 인쇄되어 나온 책을 받아본 경험 때문인지, 소설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막내로 원고 마감에만 급급해서 책이 나올 즈음에는 책이 나오는지 마는지 마감을 해냈다는 것에만 만족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이후로 두 권의 책을 더 냈고, 앞으로 한 권 더 나올 책도 있는 요즈음엔 '책을 낸다'라는 것의 여러가지 맥락을 생각해보게 된다. 의미있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과 책 팔고 글 팔아서 생활비를 만들어내는 현실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는 불안함, 책 만들기의 중독성 ..
교보문고를 산책하듯 슬렁슬렁 걷다가, 베스트셀러 칸을 구경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들여다보는 건 대개 구입 목적이라기보단, 요즘 어떤 책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알아보는 동시에, 아주 조금은, 그곳의 책을 피하기 위해서다. (미안해요, 마케터님들.) 그러다 을 발견. 메리 로치? 이름이 낯익은데- 하고 집어 들어 저자 소개를 보니 역시나 내가 좋아라 했던 책의 저자였다. 내가 읽었던 그녀의 전작은 시체에 관한 와 영혼에 관한 책다. 뭔가 써놓고 나니 굉장히 '긱geek'한 느낌이긴 한데, 사실 이 두 권의 책은 엄청 재미있다. 대부분의 공은 유쾌하고 '캐'발랄한 메리 로치의 시선과 글에 있지만 시체라던가 사후세계, 영혼이라는 야매스럽고 선정적인 주제를 지극히 과학적으로, 한편으로 과학을 겁내는 사람들..
무언가 '해야지' 했던 일들은 대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어디론가 스러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간혹 그런 것들 중 계속 머릿속을 맴맴 돌며 마음에 걸리는 일들도 생긴다. '아참, 그거 해야되는데.' ... (며칠 후) '하아- 그거 해야되는데, 도무지 짬이 안 나네.' 등등. 울 엄마에겐 황학동으로 그릇을 사러 가는 일이, 바로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엄마의 해치울 일 리스트에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왠지 성가셔서 혹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미루어두었던 황학동 그릇사러 가기 프로젝트(?)를 드디어 실행하고야 말았다. 황학동엔 그릇 말고도 살 것도, 구경할 것도 많아 좋다. 언젠가 레스토랑 오너를 인터뷰하면서 한 번 황학동에 중고그릇을 사러 온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그때 사온 몇 개의 파스타 접시를 ..